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고향인 광주에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기념관, 문학관 등의 건축물을 설립하는 것을 극구 사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광주시와 보성군 등에 따르면 시 관계자는 전남 장흥군에 위치한 한강 작가의 부친 한승원 작가의 집필실 '해산 토굴'을 찾아 그와 함께 딸의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사업과 관련해 논의했다.
이에 대해 한승원 작가는 "한강은 내 딸이 아니라 이미 독립적인 개체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장흥군에서도 (한승원·한강) 부녀 문학관 건립을 거론했는데, 딸은 모든 건물 등에 이름이 들어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대신 한승원 작가는 딸이 태어난 광주 북구 중흥동에 '소년이 온다' 북카페 등을 조성해 시낭송, 독서 프로그램 등 독서 부흥을 위한 활동을 진행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강기정 광주시장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문학관 등 대형 프로젝트를 도울 의사를 확인하고 정부에 건의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려 했었다.
그러나 한강 작가의 뜻을 전한 부친 한승원 작가의 의견을 따라 인문학 지평을 넓히는 쪽으로 기념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강 시장은 전했다.
강 시장은 기자들과 차담회를 통해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발생하는 와중에) 큰 기념관, 화려한 축하 잔치도 원치 않는다는 한강 작가의 말을 가슴에 담아 그 성취를 기념하고 축하하는 방법을 조심스럽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승원 작가는 강 시장에게 책을 많이 읽고, 많이 사는 광주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광주시는 매년 시민 1명이 바우처를 통해 1권의 책을 살 수 있는 정책을 선거법 내에서 가능한 방법을 찾기로 했다.
이어 건축 중인 광주대표도서관·하남도서관, 유치 추진 중인 국회도서관 광주분원 등 공공 도서관을 확대하고 '광주 인문학 산책길'을 조성해 '소년이 온다' 북카페도 마련할 예정이다.
강 시장은 "한강 작가는 가장 개인적이고 지역적인 사안에서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를 길어 올렸고 세계인의 공감을 끌어냈다"고 강조하며 5·18 정신 헌법 전문수록 개헌도 추진해 "오월 정신이 세계로 확산하고 대한민국이 민주주의가 확고하게 정착되는 길을 닦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