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세계유산본부, 지난 1월 ‘제주영 종 복원 고증 학술’ 용역 과정에서 소재 파악日 도쿄시 네즈미술관, 지하 1층 계단에서 발견국가유산청, 국제법 체계와 절차에 따른 대응 법리 및 방안 고심日 최고재판소, “악의 점유자도 ‘점유 의사’ 존재 인정, 점유취득시효 성립” 입장이용훈 前 대법원장, “타인 소유 물건 무단 점유가 증명되면, ‘점유 의사’ 조각”
  • ▲ 정부대전청사 2동 국가유산청 전경 ⓒ노재균 기자
    ▲ 정부대전청사 2동 국가유산청 전경 ⓒ노재균 기자
    국가유산청이 도쿄시 미나토구에 위치한 네즈미술관에 있는 ‘미황사 종’의 반환을 위한 법리검토에 착수했다.

    ‘미황사 종’은 1690년 고성군에 있는 은흥사에서 주조장인 김애립에 의해 주조된 ‘금종(金鐘)’으로, 이후 해남군 미황사에 설치된 것을 1850년 장인식 목사가 미황사에 900냥을 지불하고 구입해 ‘제주영’의 외대문 앞 종각에 설치했다.
  • ▲ 일본국 도쿄시 소재 네즈미술관 지하 1층 계단에 놓여있는 ‘제주영 외대문 미황사 종’ ⓒ제주특별자치도 제공
    ▲ 일본국 도쿄시 소재 네즈미술관 지하 1층 계단에 놓여있는 ‘제주영 외대문 미황사 종’ ⓒ제주특별자치도 제공
    미황사 종의 형태는 철로 주조된 쌍룡 모양의 고리인 ‘용류’와 그 주변 천판의 연판문, 종 몸체의 연곽대 4곳에 각 9개의 꽃봉오리 장식이 있다. 또한 각 연곽 사이마다 합장하는 보살상 옆에는 ‘주상전하수만세(主上殿下壽萬歲)’라는 문구가 금으로 양각되어 있다.

    김선익 저서 ‘탐라기년’ 등의 기록에 따라 1916년 12월경 일본인에 의해 철거된 후 종적을 감췄던 것으로 알려진 ‘미황사 종’은, 지난 1월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가 제주역사문화진흥원에 의뢰한 ‘제주영(제주목관아) 종 복원 고증 학술’ 용역 과정에서 그 소재가 드러났다.
  •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관덕로에 위치한 ‘제주목관아(濟州牧官衙)’ 전경 ⓒ제주특별자치도 제공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관덕로에 위치한 ‘제주목관아(濟州牧官衙)’ 전경 ⓒ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제주목관아(濟州牧官衙)’는 탐라국 시대부터 성주청 등 주요 통치시설이 위치한 장소로 추정되는 지금의 관덕정을 포함하는 주변 일대를 통칭한다.

    지난 1991년과 1992년 두 차례에 걸친 제주대학교의 발굴조사 결과 ‘제주목관아’ 부지에서 탐라 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여러 문화층이 발견됐다.

    이 두 차례의 발굴조사를 통해 ‘제주목관아’의 주요 시설인 동헌과 내아의 건물터와 규모를 파악한 제주대학교 조사단은, 이를 통해 ‘제주목관아’ 부지가 탐라국 시대부터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제주도의 정치·행정·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한 중요한 유적지였음이 밝혀졌다.
  • ▲ ‘탐라순력도’에 기록되어 있는 제주목관아의 종루와 종 ⓒ제주특별자치도 제공
    ▲ ‘탐라순력도’에 기록되어 있는 제주목관아의 종루와 종 ⓒ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이에 따라 제주목관아 남서쪽에 있는 관덕정을 포함한 ‘제주목관아’ 부지는 1993년 3월 31일 사적 제380호로 지정됐고, 본격적인 ‘제주목관아’ 복원 사업이 시작됐다.

    복원 사업을 통해 △제주 목사의 집무실이었던 ‘홍화각’ △집정실인 ‘연희각’ △연회장으로 쓰였던 ‘우연당’ △관청 건물인 ‘귤림당’ △‘망경루’ 등의 복원이 완료됐으나, ‘종’은 복원되지 않은 상태다.
  • ▲ ‘국가유산청’이 소재한 정부대전청사 남문 ⓒ노재균 기자
    ▲ ‘국가유산청’이 소재한 정부대전청사 남문 ⓒ노재균 기자
    제주특별자치도와 ‘미황사 종’의 반환 문제를 공동으로 모색해 온 국가유산청은 지난 10일 일본국 나가사키현에 소재한 ‘관음사(観音寺)’ 사찰로 반환이 완료된 ‘금동관음보살좌상’ 사례에 대한 분석을 마치고, 이를 토대로 관련 부처와 ‘미황사 종’의 반환 청구에 관한 법리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국가유산청은 특히 △‘체약국은 다른 체약국의 법원이나 기타 권한 있는 당국에게 요청국 영토에서 불법적으로 반출된 문화재의 반환을 명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는 규정과 △‘불법 반출된 문화재는 민법상 선의취득이나 시효취득 여부와 관계없이 기원국에 반환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선언을 명시한 ‘UNDROIT협약(도난 또는 불법 반출된 문화재의 반환에 관한 사법통일국제연구소협약)’에 따라, 실재 여러 나라가 불법 반출된 문화재를 기원국에 반환한 사례에 심도있게 분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헤이그 문화재 협약(1954년) △유네스코협약(1970년) 등 국제 협약과 국제법을 비롯한 국내법 등 각 법규의 규정 및 그에 따른 문화재 반출 사안의 문제해결 사례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 ▲ 지난 10일 일본국 나가사키현 쓰시마시에 소재한 ‘관음사(観音寺)’ 사찰로 반환된 ‘금동관음보살좌상’ ⓒ연합뉴스 제공
    ▲ 지난 10일 일본국 나가사키현 쓰시마시에 소재한 ‘관음사(観音寺)’ 사찰로 반환된 ‘금동관음보살좌상’ ⓒ연합뉴스 제공
    대법원 제1부는 ‘금동관음보살좌상’의 일본국 관음사 반환 사건(대법원 2023년 10월 26일 선고, 2023다215590 판결)에서, “일본국 ‘관음사’가 ‘금동관음보살좌상’의 소유권을 취득하였는지 여부는 사건의 소재지·행위지·사실발생지 등이 외국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므로 ‘국제사법’에 따라 그 준거법을 결정하여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날 재판부는 “기록에 의해 현출된 증거에 따르면 일본국 ‘점유 취득시효’의 법리에 따라 ‘관음사’가 ‘금동관음보살좌상’의 소유권을 취득했다고 판단한 원심(항소심)의 판결은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시하며 서산 부석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 ▲ 일본국 최고재판소 대법정 전경 ⓒ연합뉴스 제공
    ▲ 일본국 최고재판소 대법정 전경 ⓒ연합뉴스 제공
    일본국 최고재판소는 “점유에 있어서 소유의 의사 유무는 점유취득의 원인이 된 사실에 따라 외형적·객관적으로 결정되어야 함을 전제로 타인의 물건을 매매하여 점유를 취득한 점유자 즉, 점유자가 타인물건의 매매로 인하여 그 목적물의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점유자의 점유는 소유의 의사로 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며 위와 같은 사정은 점유 개시 당시 악의임을 의미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판례를 견지하고 있다(대전고등법원 2023년 2월 1일, 선고 2017나10570 판결 등 참조).

    이는 일본국 최고재판소가 일본국 민법이 표상하는 ‘점유에 기한 소유의 의사’에 관해, 동산을 절취 내지 강취해 점유하는 자 혹은 그러한 절취 내지 강취 사실을 알고 점유하는 자의 점유 또한 ‘소유의 의사로 점유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반증한다(대법원 2023년 10월 26일 선고, 2023다215590 판결 참조).
  • ▲ 서울대학교 서암법학관 內 국산법학도서관 ⓒ노재균 기자
    ▲ 서울대학교 서암법학관 內 국산법학도서관 ⓒ노재균 기자
    최병조 전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장은 “민법 제245조 및 제197조에서 ‘소유의 의사’라고 규정한 대목은 일본국 민법 제162조 및 제186조에서 유래한 것”이라 설명(‘부동산의 점유취득시효와 점유자의 소유의사의 추정’, 서울대학교 법학 제37권 제1호)했다.

    그러면서 “일본국 민법 제162조의 ‘소유의 의사’는 점유자가 (소유자의 권한과 같은) 배타적 지배를 사실상 행사한다고 하는 의사에 의한 ‘자주점유’를 의미하는 것이고, 이는 일본민법 제186조 제1항에 의해 추정된다고 보는 것이 일본의 통설”이라고 부연했다.
  •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전경 ⓒ노재균 기자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전경 ⓒ노재균 기자
    이어 ‘점유자는 소유자로 추정한다(Qui possidet dominus esse praesumitur)’는 이론을 학설로 처음으로 주장한 사람은 이탈리아의 주석학파 ‘플라센티누스(Placentinus)’라고 소개한 최 전 소장은, “‘점유자를 위한 추정’이라는 시효취득제도의 근본적인 취지가 과연 타당한 것인가를 묻지 않으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최 전 소장은 “대법원이 민법 제245조를 해석함에 있어서 ‘소유의 의사를 점유권원의 성질’로 파악하는 것은 타당하나, 민법 제197조 제1항의 자주점유추정을 민법 제245조에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논했다.
  • ▲ 대법원 중앙 정원 ‘법과 정의의 상’ ⓒ대법원 누리집 갈무리
    ▲ 대법원 중앙 정원 ‘법과 정의의 상’ ⓒ대법원 누리집 갈무리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악의의 무단점유와 자주점유의 추정’에 관한 사건(대법원 1997년 8월 21일 선고, 95다28625 판결)에서, ‘민법 제245조’ 소정의 부동산 점유취득시효와 관련해 악의의 점유자에 한해 기존의 판례를 변경했다.

    전원합의체 재판부는 “점유자가 점유 개시 당시에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행위 기타 법률요건이 없이 그와 같은 법률요건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 점유한 것임이 입증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점유자는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않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로써 소유의 의사가 있는 점유라는 추정은 깨어진다”고 판시했다.
  • ▲ 대법원 중앙홀 ⓒ대법원 누리집 갈무리
    ▲ 대법원 중앙홀 ⓒ대법원 누리집 갈무리
    같은 판결에서 이용훈 전 대법원장은 “점유자의 점유에 소유의 의사가 있는지의 여부는 점유자의 선의·악의와는 상관없는 이와 같은 평균인의 사고를 기준으로 한 규범적 판단의 문제이다. 따라서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 점유한 것임이 증명된 경우에는 그 점유자의 점유의 의사의 추정이 깨어진다고 봄이 마땅하다”는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설시했다.
  • ▲ 서울 중구 서소문동에 위치한 ‘옛 대법원 청사’ ⓒ대법원 누리집 갈무리
    ▲ 서울 중구 서소문동에 위치한 ‘옛 대법원 청사’ ⓒ대법원 누리집 갈무리
    대한민국과 일본국 두 나라의 민법이 표상하고 있는 ‘선의’의 뜻은, 물건을 사는 사람이 물건을 파는 자가 소유자가 아님을 알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과실의 유무’는 물건을 사는 사람이 물건을 파는 자가 소유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것에 대한 과실의 유무를 의미한다.

    ‘미황사 종’을 지하 1층 계단에 ‘운흥사 종’ 이라는 이름으로 전시하고 있는 네즈미술관은, 일제 강점기 시절 조선에서 철도 부설 사업으로 부를 축적한 네즈 가이치로(東武根津嘉一郞)가 1941년 그가 수집한 문화재 등 물품을 전시하기 위한 용도로 만들었다는 것이 정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