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젤리 달인' 부친 이어 새 삶 일구는 새내기 농부강진, 인생의 꿀을 다시 담는 그릇 같은 곳
  • ▲ 양봉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꿀벌상점 김명진 대표 ⓒ 강진군 제공
    ▲ 양봉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꿀벌상점 김명진 대표 ⓒ 강진군 제공
    강진군에서 양봉업을 시작한 청년 농부 김명진(42) 꿀벌상점 대표는 귀농 1년 차의 새내기 농부다. 그의 하루는 수십 개의 벌통과 수만 마리 꿀벌 속에서 시작되고 마무리 된다.

    새벽 이슬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부터, 해가 지고 벌들이 조용해질 때까지 꿀벌과의 하루를 함께 보내는 김 대표는 강진에서 ‘꿀벌 청년’으로 불리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지역과 연결되고 있다.

    그에게 귀농은 결코 충동적인 선택이 아니었다. 김 대표는 수년 전부터 전국을 다니며 정착지를 탐색하던 중 강진이 눈에 들어왔다.

    꿀벌이 살기 좋은 기후, 사계절 내내 안정된 날씨, 그리고 무엇보다 따뜻한 사람들. 그는 강진군을 여러 차례 방문하며 자신의 블로그에 자연환경과 현장 분위기를 자세히 기록했고 이 과정에서 귀농 결심도 서서히 단단해졌다.
  • ▲ 강진에 귀농한 꿀벌청년 김명진 대표 ⓒ 강진군 제공
    ▲ 강진에 귀농한 꿀벌청년 김명진 대표 ⓒ 강진군 제공
    “처음엔 제 삶의 안정을 위해 강진을 선택했지만, 강진에서 오히려 더 많은 따뜻함을 받았습니다”

    김 대표에게 강진은 단순한 귀농지가 아니었다. 귀농 전 여러 지역을 다니며 정착지를 탐색하던 그는 강진군농업기술센터를 비롯해 읍사무소, 군청 등 다양한 기관을 방문했고, 그때마다 진심 어린 환대와 실질적인 도움을 받으며 강진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

    이웃들도 그를 ‘강진의 새 아들’처럼 따뜻하게 맞이해주었다. 그는 “이제는 나를 도와준 강진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됐다”며 지역사회와의 연결 속에서 새로운 보람을 느끼고 있다.

    결국 그는 전업 양봉인으로 2024년 1월 강진에 정착했고, 동시에 강진군의 ‘귀농귀촌 동네작가’로도 활동을 시작했다.

    귀농의 현실과 시행착오, 양봉과 꿀벌 이야기들을 블로그와 SNS를 통해 꾸준히 공유하며 도시 청년들과 소통 중이다. 그의 글은 귀농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참고서이자 진심 어린 응원의 메시지가 되고 있다.
  • ▲ 강진 청자축제 꿀벌상점 부스에서 ⓒ 강진군 제공
    ▲ 강진 청자축제 꿀벌상점 부스에서 ⓒ 강진군 제공
    “어릴 적 급성 이질로 위독했던 저를 살린 것도 아버지가 채취한 로열젤리였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아버지는 온몸을 바쳐 로열젤리를 연구, 생산해왔고, 그 길을 제가 지금 이어받고 있는 셈입니다”
    의외로 김 대표의 양봉 경력은 단단하다. 20대 초반 아버지를 도우며 4년간 효도양봉을 경험했고, 그로부터 20여 년 뒤 본격적으로 독립 양봉인으로 다시 돌아왔다.  게다가 그의 아버지는  ‘생활의 달인’ 방송에 출연할 정도로 양봉업계에선 이미 잘 알려진 ‘로열젤리의 달인’이다. 그의 양봉 철학은 바로 아버지에게서 비롯됐다.
    “아버지 세대는 꿀벌을 통해 봉산물을 얻어 소득을 올렸다면 우리 세대는 꿀벌 자체의 역할과 존재가치를 지키는 데 의미를 둡니다. 그 과정에서 소득이 따라오면 더할 나위 없는 일이지요”

    그는 양봉을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닌, 생태계 보전을 위한 사명으로 여긴다. 또한 그는 양봉이 생태적 가치와 경제성을 동시에 갖춘 ‘미래형 직업’이라고 확신한다.

    현재 김 대표는 강진읍에 있는 농지에서 이동양봉을 기반으로 로열젤리, 벌화분, 프로폴리스, 천연밀랍 등을 생산하고 있다. 그중 가장 핵심은 생로열젤리다. 이 민감하고 정교한 작업은 온 가족이 함께 한다.

    그는 “강진은 꿀벌을 위한 집이자, 제 인생의 꿀을 다시 담아가는 그릇 같은 곳” 이라 말한다.

    그는 블로그와 SNS를 통해 일상을 공유하는 동시에, 지역 축제장, 각종 박람회, 플리마켓 등 오프라인에서도 고객과 활발히 소통한다.

    앞으로 그는 로열젤리 채유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고 건강식품 가공을 통한 6차 산업화에 도전할 계획이다. 특히 강진군에서 운영 중인 푸소(FU-SO) 프로그램에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자신의 양봉장을 활용한 체험형 농촌 민박과 생태교육 콘텐츠도 준비 중이다.

    기후도, 자연도, 사람도 좋은 강진에서 꿀벌과 함께 인생을 다시 채워가는 꿀벌청년 김명진, 그의 다음 도전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