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학생들의 수사기관 진술조서 ‘증거 부동의’제주지검, 재판부에 학생들에 대한 ‘증인신문 신청’
  • ▲ 제주지방법원 현판 ⓒ노재균 기자
    ▲ 제주지방법원 현판 ⓒ노재균 기자
    지난 2023년 3월, 제주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수업 중 학생들에게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A씨가 18일 제주지방법원 형사2단독(재판장 배구민)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했다. A씨는 재판에서 공소사실 전체를 부인했다.

    재판 초반, 검사는 A씨가 수업 도중 학생들에게 "성관계는 경험을 많이 해봐야 한다", "평소 건강관리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진선미(眞善美)의 가치가 중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는 공소사실을 낭독했다.

    이에 대해 A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며, 검사가 제출한 수사기관 진술조서 전부에 대해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A씨의 발언은 모두 수업 중 다수 학생 앞에서 이루어진 맥락 속 발언으로, 단편적인 내용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해당 발언과 학생들의 반응, 수업 진행 상황, 다른 학생들의 의견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위법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검사의 신청에 따라 수사 당시 진술한 학생들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심문하는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 ▲ 대법원 중앙홀 ⓒ노재균 기자
    ▲ 대법원 중앙홀 ⓒ노재균 기자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에 근거해, 피고인이 아닌 제3자가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을 피고인이 부인할 경우, 그 진술조서를 유죄 증거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음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원진술자인 제3자가 공판 절차에 증인으로 출석해 법정에서 진술할 것.
    △피고인 측이 반대신문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
    △진술조서가 적법한 절차와 방식으로 작성되었음을 입증할 것.
    △진술 내용의 실질적 진정성을 확인할 것.
    △진술이 특별히 신뢰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루어졌음을 입증할 것.

    대법원은 이러한 요건이 충족되지 않거나, 증인의 법정 진술과 수사기관 진술조서 내용이 불일치하거나 객관적 증거와 모순될 경우, 해당 진술을 공소사실 입증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명확히 밝히고 있다(대법원 2022년 6월 16일 선고, 2022도364 판결 참조).

    이번 사건은 교사 발언과 수업 운영 맥락, 학생 진술의 신빙성, 그리고 형사소송법상의 절차적 요건을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법적·교육적 의미가 크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단순히 발언 내용만으로 교사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수업 맥락과 진술의 신빙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하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사건은 교사의 수업 언어 사용과 관련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진행되고 있어, 향후 학교 현장 교육과 법적 판단에 중요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 재판은 향후 수회에 걸쳐 증인 심문과 자료 검토를 거쳐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