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국가산업단지 입주 기업들이 잇따라 낡은 사택을 아파트로 재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거나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정주 여건을 개선해 직원들의 유출을 막고 여수 지역경제 활성화를 돕는다는 명분에도 기업 이익에 초점을 둔 특혜 시비를 극복하는 것이 쉽지 않은 모양새다.
여수시는 롯데케미칼 사택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도시관리계획안과 관련, 교통영향평가 등 행정절차를 진행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선원동 사택 15만㎡ 부지에 대단지 아파트를 짓는 사업계획을 제출했다.
이에 환경운동연합 등 여수 시민사회단체들은 최근 성명을 내고 '사택 재개발을 원하는 입주 기업들은 직원들의 주거 안정과 정주 여건 개선 등을 이유로 들고 있으나 실제로는 고층 아파트를 건설해 일반분양을 통한 막대한 부동산 개발이익을 노린 꼼수'라고 비판하며 행정 절차 중단을 촉구했다.
총 2653가구 중 931가구를 사택으로 사용하고 3분의 2가량인 1722가구는 일반분양한다는 계획을 지적한 것이다.
단체들은 "계속해서 줄어드는 인구와 108%를 넘긴 주택 보급률을 고려하지 않은 개발은 구도심 공동화, 주택 공실률 증가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낳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화솔루션도 소호동 21만㎡ 사택 부지에 2900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기 위한 도시관리계획 변경 신청서를 지난 5월 제출했다 두 달여 만에 철회했다.
한화솔루션은 외곽도로 형태의 소호∼죽림터널 건설, 공원 조성 등 1000억 원대 기부채납까지 제안했으나 결국 잠정 포기해야 했다.
수년간 지속한 검토와 논의를 중단한 데는 5층 이상 건물이 허용되지 않는 1종 일반주거지역인 부지를 2종으로 상향해야 하는 상황에서 우호적이지 않은 지역사회의 반응이 상당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롯데케미칼 사택 부지는 2종 주거지역이어서 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다.
여수산단 최대 기업인 GS칼텍스 등도 사건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길게는 40년을 넘긴 사택에 대한 선호도가 차츰 떨어지면서 이들 기업의 상당수 직원은 다른 주택을 임차하고 있다.
인접한 순천에 거주하는 직원도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한 여수산단 입주 기업 직원은 "여수산단은 다른 지역보다 젊은 세대를 유인할 수 있는 요인이 부족하다"며 "젊은 직원이 장기간 머무르면서 결혼, 출산, 양육까지 하려면 정주 여건 개선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세월이 흐르면서 바다 전망 등 '노른자위 땅'으로 격상한 소호동에 몰려 있는 사택 부지에 주거 단지,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면 직원들은 물론 여수지역 사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토지 종 상향으로 예상되는 지가 상승과 분양 이익에 대한 비판,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미분양 우려도 만만치 않은 만큼 지역 사회의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여수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사택 재개발을 통한 직원 주거 안정, 정주 여건 개선이라는 취지에는 기본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부동산 개발을 통한 수익을 노리는 꼼수 아니냐는 시민들의 우려를 불식하고, 충분히 예견되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대안들을 먼저 고민하고 추진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모 대기업 관계자는 "사택지구 개발이익은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여수에 꼭 필요한 부분에 활용할 용의가 있다"며 "여러 사택 개발이 이뤄진다면 해당 기업체들이 함께 대규모로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