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시의회가 수억 원의 예산을 들여 유럽과 동남아 등지로 고가의 해외 연수를 추진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경기 불황과 정부의 긴축 재정으로 시 운영이 어려운 상황인데도, 시의원들이 관광지 중심의 해외 일정을 강행하려 하자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여수시의회 기획위원회에 따르면 백인숙 의장을 포함한 8명의 의원과 7명의 공무원이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를 9일간 방문할 예정이다.
공식 목적은 문화관광 유산과 전통시장 자원화 연구라고 한다.
하지만 일정에는 비엔나의 쉔브룬 궁전과 벨베데레 궁전, 잘츠부르크 대성당, 프라하성 등 주요 관광지가 대거 포함되어 있어 외유성 연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해양건설위원회도 이탈리아로 9일간의 일정을 계획했다.
항만 정책과 도시계획을 벤치마킹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나폴리와 베니스 항만청 방문 외에는 대부분 관광지 일정으로 채워졌다.
로마의 에우르 지구, 피렌체 시뇨리아 광장, 밀라노의 포르토누오보 지구 등이 포함되어 연수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환경복지위원회도 노르웨이와 핀란드를 방문해 탄소중립과 친환경 도시 사례를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첫날 오슬로 시청을 짧게 방문하는 것을 제외하면 송네피오르와 시벨리우스 공원 등 관광 일정이 주를 이룬다.
이에 시민 김 모씨는 "관광 일정에 형식적으로 견학을 끼워 넣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관광도로 연구회는 "발리와 싱가포르로 8일간 떠난다. 발리의 가루다 공원, 울루와뚜 사원, 센토사섬, 가든스 바이 더 베이 등 유명 관광지 중심으로 일정이 짜여 있어 벤치마킹보다는 단순한 관광 성격이 짙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이처럼 출장 계획서에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연수 성과를 시정에 반영할 수 있는 근거가 미흡하다.
"선진지 사례를 살펴 여수시에 접목하겠다"는 추상적인 표현이 주를 이루며, 시민들이 납득할 만한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이나 기대 효과는 빠져 있다.
이번 해외 연수에는 1인당 459만 원, 총 2억 원에 이르는 예산이 투입된다.
비판 여론을 의식해 의원 자부담 10%를 적용했다.
하지만 형식적인 조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석유화학 경기 침체로 지방세 수입이 감소하면서 여수시는 경상경비 축소와 인건비 동결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정부의 긴축 재정으로 지방교부세가 줄어드는 와중에 의회가 해외 연수에 집중하는 것은 시민들의 생활고를 외면한 처사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지켜본 시민들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의회가 해외 연수의 목적과 필요성을 다시 고민하고, 예산 집행의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편 여수시의회는 코로나19 이후 매년 해외 연수를 다녀왔다.
그러나 시정에 실질적으로 반영된 정책이나 성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한 출장 계획과 형식적인 결과 보고서가 반복되며 시민들의 불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