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돈을 달라’는 역주행 소송 제기
  • ▲ 도표설명:채무자가 채권자의 이자 상한제 위반 및 임대업법 위반 등 약점을 잡아 거액의 반환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 재판부는 채무자의 소송일체를 기각했다.ⓒ이인호 기자
    ▲ 도표설명:채무자가 채권자의 이자 상한제 위반 및 임대업법 위반 등 약점을 잡아 거액의 반환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 재판부는 채무자의 소송일체를 기각했다.ⓒ이인호 기자
    <편집자주>지난 15일 대한변호사협회와 전북변호사협회에는 A변호사를 처벌해 달라는 진정서가 접수됐다. 진정서에 따르면 A변호사는 1심에서 패소한 원고(채무자)의 2심을 맡아 승소했다. 이 소송에 진 피고(채권자)는 하루아침에 24억의 채무자로 전락했다. 승소한 A변호사는 곧바로 위증에 관여한 혐의로 고발됐다. 1심을 뒤집기 위해 법정 증인에게 위증을 교사 또는 방조했다는 혐의다. 다수의 증인들은 위증 및 교사 혐의로 기소됐으며 A변호사는 현재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전주와 군산에서 부동산과 건설업자로 알려진 A씨(채무자)는 지난 2017년 6월초 채권자 B씨(대부업자)를 상대로 ‘근저당권설정등기 말소 등 소송’을 제기했디.

    A씨는 자신이 B씨에게 빌린 돈의 이자와 원금이 과다하게 지불했다며 B씨를 상대로 6억3000여만 원을 반환해 달라고 주장했다. 

    채무자가 채권자를 상대로 돈을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업계는 이를 ‘역주행 소송’이라고 부른다.

    A씨는 B씨에게  11억8500만 원을 빌린 뒤 이자와 원금 등으로 5억8500만 원을 갚았고 6억 원(이자포함)의 채무가 남아 있는 상태였다. 

    B씨는 A씨가 이자와 원금을 갚지 않자 같은해 1월 A씨 소유 건물에 대한 경매신청을 했다. A씨가 B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 6개월 전이었다. 이에 A씨는 B씨를 상대로 경매를 중단하라며 소를 제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B씨 측은 ‘경매 배당 순위를 바뀌기 위한 사기 소송’이라며 반발했다. A씨가 소송을 걸기 나흘 전 경매 배당 순위가 결정(2017년 6월 4일)된 상태였는데 배당 1순위는 은행권, 2순위가 B씨로 잔존 금액(2억80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2순위와 3순위가 뒤바뀌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다. A씨가 소를 제기하는 날 3순위 배당자가 해당 경매 배당에 대해 2순위였던 B씨가 배당을 받을 자격이 없다며 소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 ▲ 도표설명: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짚었다. 이로 인해 11억원의 돈을 빌려준 채권자는 하루아침에 24억원의 채무자가 됐으며, 이로 인해 각종 소송에 휘말려 있다.ⓒ이인호 기자
    ▲ 도표설명: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짚었다. 이로 인해 11억원의 돈을 빌려준 채권자는 하루아침에 24억원의 채무자가 됐으며, 이로 인해 각종 소송에 휘말려 있다.ⓒ이인호 기자
    1심과 2심, 완전히 다른 판결…채권자가 빚더미에

    문제는 이들이 제기한 소송에 대한 재판 결과가 오락가락했다는 것이다.

    전주지방법원 민사2부에서 진행된 소송은 1심 판결까지 무려 1년2개월이 걸렸는데 재판부는 A씨의 모든 주장을 기각했다. 배당 3순위가 제기한 배당에 대한 이의 건도 1심 재판부는 기각했고 채권자인 B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A씨는 항소했고 항소심을 맡은 광주고법 전주 제1민사부는 1심 판결을 뒤집었다. 

    A씨가 자필로 쓴 채무 관계에 대한 ‘사실확인서’가 강요에 의한 것으로 증거 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1심 판결의 열쇠였던 대출 소개인의 ‘사실확인서’가 수정 제출되면서 증거 효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소개인은 2심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 1심 재판 당시 증거로 인정됐던 사실확인서에 대해 “내용은 잘 모르고 B씨가 써준 확인서에 사인만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항소심 재판부는 B씨 등이 ‘고리사채업자’로 법정최고이자율을 어겼기 때문에 A씨와 맺은 계약 자체가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졸지에 24억원 빚쟁이가 된 채권자

    이같은 2심 판결은 B씨를 채권자에서 채무자로 전락시켰다. 판결이 나자 A씨는 다른 사람들에게 진 빚까지 모두 B씨에게 몰았다.

    A씨에게 받을 돈이 있던 채권자들은 모두 B씨에게 채무 해결을 요구하며 법적대응에 나섰고 그 총액은 무려 24억 원에 달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B씨 측은 2심에서 입장을 바꿔 A씨에게 유리한 증언을 한 소개인이 A씨와 함께 배당 순위에 이의를 제기한 3순위 채권자로부터 4500만 원이 넘는 돈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고 사건은 반전을 맞았다. 

    B씨 측은 소개인과 A씨, A씨의 변호인까지 위증(교사 및 방조 포함) 혐의로 고발 조치했다.

    검찰은 위증 혐의가 인정된다며 A씨 등 관련자들을 모두 기소했고 A씨의 변호사에 대해서는 경찰이 보강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B씨 측은 "돈을 빌려 준 사람이 오히려 채무자에게 약점을 잡혀 수십억 원에 달하는 빚을 지게 됐다"며 "A씨 측이 돈을 갚지 않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