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남의 정치는 오랜 세월 특정 정당에 대한 독점적 지지로 굳어져 왔다. 


    민주 정치가 건강하게 작동하려면 정치적 다양성과 비판적 사고가 필수적이지만, 호남은 과거 독재정권의 피해의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탓인지 정치적 선택의 다양성은 존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하나의 정당만을 지속적으로 선택해 온 지역사회는 같은 음식만 계속 섭취하다가 지금은 영양 균형을 잃어버린 환자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고인 물은 썪게 마련이다.”


    단일 정당의 독점적인 지배가 위험한 이유는 가장 중요한 민주주의 원칙 중 하나인 ‘견제와 균형’이 작동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견제와 균형을 통해 권력이 오남용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호남에서의 정치 구조는 이 원칙이 제대로 작동할 수가 없다. 의회도 집행부도 하나의 정당이 장악한 상황에서, 실질적인 비판과 대안을 제시할 ‘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기자를 겸직하던 단장이 수사 중 사망하여 논란이 되고 있는 ‘전주시민축구단’의 보조금 논란이나 전직 전주시장이 회장으로 있어서인지 불투명한 보조금 집행이 여전히 논란인 ‘드론축구협회’ 등은 여기선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전라북도의 경제 성적표가 말해주는 게 있다. 최근 몇 년간 전라북도의 지역내 총생산(GRDP)은 강원, 제주를 빼고 전국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지난 7월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을 보면 올해 2분기 전북 청년(15∼29세) 실업률은 11.4%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처럼 지역 경제의 위축이 타 지역보다 유난히 빠르고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음에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대안은 전혀 보이질 않는다. 


    현재 일당 독점의 정치 구조로는 그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주민의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기 어렵고, 지역 발전을 위한 창의적이고 다양한 정책들이 실현되기 힘들다. 


    정치는 음식을 고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선택이 가능할 때 비로소 그 진가가 나타난다. 골고루 먹어야 몸이 좋아지듯 지역이 건강해지는 것이다. 


    이제는 특정 정당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에서 벗어나 다른 정당과 후보들에게도 기회를 주어야 할 때다. 그래야만 지역 정치에 균형이 잡히고, 주민들이 진정으로 주인이 되는 민주정치가 가능해진다. 


    주민들의 다양한 선택이 호남을 견제와 균형의 건강한 민주주의로 이끌어야 한다. 전북의 미래는 하나의 정당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정치 세력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작동할 때 비로소 밝아질 것이다. 


    물을 흐르게 하자. 지금은 변화를 시작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