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발의하고 제도가 뒷받침한 통합 추진조례·특별법 등 제도가 신뢰를 만드는 구조.
  • 완주와 전주의 통합 논의가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섰다. 

    이번 통합은 관이 아닌 주민이 제안하고 정부가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수도권일극체제 속 전북의 경쟁력을 어떤 방향으로 높여나갈 것인가에 대한 공론의 장이 돼가고 있다.

    완주-전주 통합은 더 이상 탁상 위 주장이나 정치적 선택이 아니다. 2024년 6월 완주군민 6152명이 서명한 통합건의서가 접수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건의서는 전북특별자치도를 거쳐 같은 해 7월 지방시대위원회에 전달됐고, 이는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절차적으로 진행되는 전국적으로 드문 주민발의형 통합 사례다. 이전 세 차례 무산됐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주민’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통합은 이제 행정안전부의 권고와 주민투표 절차를 앞두고 있다. 지방시대위원회는 통합 타당성을 인정했고, 행안부가 이를 수용하면 도민의 선택만 남는다. 

    주민투표는 법정 절차에 따라 시행되며, 찬성 비율이 과반을 넘기면 최종 승인이 가능해진다. 이 절차를 통해 전북은 인구 약 73만 명, 면적 1027㎢의 대도시권을 보유하게 되며, 이는 서울보다 1.7배 넓은 행정 규모다.

    정책환경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무르익었다. 전주는 지난 2월 하계올림픽 국내 후보도시로 선정됐고, 3월에는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또한 이재명 대통령이 지방분권 확대와 통합형 특례도시 도입을 공약하며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방향도 통합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세 가지 흐름은 이번 통합이 단순한 행정 조정이 아니라, 전북 전체의 미래를 재구성하는 결정적 계기라는 점을 보여준다.

    일부에서는 통합에 따른 완주군의 불이익을 우려하지만, 이러한 걱정을 덜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전북도는 지난 2월 ‘통합 시·군 상생발전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기존 예산·복지 수준을 12년간 유지하도록 했다. 또한 상생발전이행점검위원회를 도지사 소속으로 설치해 이행 실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조례에는 행정·재정·복지분야에서 완주지역에 대한 배려가 빠짐없이 담겼다. 특히 통합을 위한 실질적 협의 결과로 12개 분야, 105건의 상생발전 과제가 완성됐다. 

    통합 시 명칭과 청사 위치 결정부터 의회 구성, 민간단체 지원, 혐오시설 이전 제한, 복지 혜택 유지 등 주민 체감도가 높은 사안들이 고르게 포함돼 있다. 

    이 방안들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조례와 특별법을 통해 법적 구속력을 가지게 된다. 청주-청원 통합의 경우처럼, 제도가 신뢰를 만드는 구조다.

    실제로 2014년 통합을 이룬 청주-청원은 통합 초기 반대 여론이 컸지만, 이후 명확한 이행 조례와 예산 분배 기준을 세워 주민 불신을 줄였다. 그 결과 10년간 인구 증가, GRDP 상승, 기업유치 확대, 지방세 수입 증대 등 가시적 성과를 거뒀고, 전국 기초지자체 경쟁력 평가에서 최상위에 올랐다. 청주는 이제 명실상부한 중부권 핵심 도시로 자리 잡았다.

    완주-전주 통합도 이와 유사한 제도적 기반을 갖췄다. 중복 행정 기능을 효율화하고, 대규모 시설투자와 도시 인프라 재편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도시철도·광역버스 등 교통 인프라 확충뿐 아니라 원스톱 행정, 복합문화시설 구축 등 생활 서비스 향상도 기대된다. 복지·예산 분야의 차별 우려는 이미 조례로 방지책을 마련했고, 완주 출신 인사 우대 방안도 제도화됐다.

    전북의 지방분권 모델로서도 통합은 의미가 크다. 수도권 집중은 갈수록 심화하고, 지역의 자립 기반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이번 완주-전주 통합은 도시와 농촌, 중심과 배후가 연결되는 새로운 자치 모델로, 타 시·군 통합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단순한 합병이 아닌 구조적 혁신이라는 점에서 정책적 확장성도 높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이번 통합은 전북의 방향을 전환하는 중요한 기회이며, 주민이 선택한 변화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며 “정책·제도·재정 모두 준비돼 있는 만큼, 도민의 용기 있는 선택만이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이어 “전북이 대한민국 지방의 미래를 이끄는 모델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