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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곡성군 옥과면 옥과통합보건지소에서 양헌영 소아과 전문의가 아이들을 진료하고 있다. ⓒ 곡성군
인구 2만6500명인 전남 곡성군에는 1960년 소아과 전문의 제도가 생긴 이래 한 차례도 소아과가 없었다.
어린 자녀가 갑자기 아플 때면 60~70㎞ 떨어진 광주광역시나 전남 순천 등으로 원정 진료를 가야 했다.
곡성에는 0세~15세 아이 1800여명이 살고 있다.
이에 곡성군은 열악한 의료 환경을 개선하려고 고향사랑기부제를 활용해 소아과 무의촌(無醫村)이란 꼬리표를 뗀것은 65년만이다고 25일 밝혔다.
지난해 1월부터 '곡성에 소아과를 선물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지정기부를 시작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5개월 만에 진료에 필요한 기금 8000만원을 모금했다.
어렵게 운영비를 마련했지만 전문의가 문제였다.
골머리를 앓던 곡성군 고향사랑팀은 절박한 심정으로 광주와 순천에 있는 소아과를 인터넷으로 검색했다.
이렇게 찾아낸 20곳을 3개월 동안 무작정 찾아가 참여를 호소했다.
김하나 곡성군 고향사랑팀장은 "만나 주지도 않은 의사가 많았는데 어느 날 한번 생각 보겠다는 의사가 있었다"며 "그래서 열심히 쫓아다니며 설득했다"고 어려웠던 과정을 설명했다.
발품을 팔았던 덕분에 지난해 8월 매주 두 차례 운영하는 '처음 만나는 소아과' 진료가 시작됐다.
670여명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응원 댓글을 올렸다.
자신감을 얻는 곡성군은 이번에는 전문의가 상주하는 '매일 만나는 소아과'에 도전했다.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지정기부를 통해 3억4000만원을 모금했다.
처음 만나는 소아과가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참여를 묻는 전문의도 있었다.
이번에는 조상래 곡성군수가 삼고초려 심정으로 전문의를 수개월 동안 설득해 마침내 매일 만나는 소아과를 오는 5월 2일 개원한다.
조상래 곡성군수는 "기부자들의 관심과 성원 덕분에 곡성군이 기적을 만들고 있다"며 "앞으로도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곡성을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