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난리 났는데 행정절차 따지며 긴급 보수공사 지연시켜"공사 지연 농민 항의한 것 두고 농어촌공사에 소명까지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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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전북 익산 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비닐하우스 단지가 침수된 가운데 금강유역환경청(이하 환경청)이 당시 고장난 배수문 수리를 놓고 행정절차를 내세우며 긴급 공사를 지연시킨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환경청은 공사가 지연되는 과정에서 격분한 농민들과 갈등까지 빚었는데, 이에 관해 공사 주체인 한국농어촌공사 익산지사(이하 공사)에 소명서를 요구하고 나서 주민들로부터 원성을 듣고 있다.22일 환경청과 공사에 따르면 환경청은 지난달 22일 공사에 공문을 보내 7월 16일 용두배수문 작동 이상으로 직원이 연락을 받고 공사 직원을 만난 현장에서 배수문 긴급 수리 문제로 농민들과 언쟁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소명을 요구했다.공사는 환경청의 소명 요구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공사는 "당일 용두배수문 고장을 발견하고 공사 협력업체를 수배해 현장에 도착했으나 환경청의 허가가 나지 않아 곧바로 수리에 들어가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민들과 환경청 직원 간 발생한 갈등은 환경청 스스로 초래한 것인데 책임을 공사 측에 묻고 있다는 것.당시 침수피해 농민들은 "환경청이 상황보고를 위해 감리업체가 도착한 후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바람에 시급을 다투는 긴박한 상황에서 수리시간이 지연됐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어 "물난리가 났는데 행정절차를 따지며 긴급보수를 지연시킨 것은 어떠한 이유로든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이라고 질타했다.이에 대해 환경청은 "사전에 전동배수문 이상 유무에 대해 통보를 요청했으나 보고할 의무가 있는 공사 측에서 답변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무슨 이유로 사전에 배수문 작동 여부에 대해 보고를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소명을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하천 관리기관인 환경청은 지난달 6일 공사에서 조작·운영 중인 전동배수문에 대해 조작 이상 유무를 확인한 후 13일까지 결과를 통보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공사가 제때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홍수 이후인 지난달 20일 돼서야 회신을 받았으나 전동배수문 작동여부에 대해 공란으로 제출했다는 것.아울러 "당시 배수문 수리와 관련해서도 공사에서 사후보고 형식으로 충분히 긴급 공사를 할 수 있었는데 사후정산 등 비용문제 등을 이유로 진행을 하지 않은 것 같다"며 책임을 공사 측에 돌렸다.이에 대해 공사 측은 "당시 긴박한 상황에서 즉각적으로 수리를 진행했어야 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인데 변방의 다른 이야기들로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것 같다"며 "당시 농민들과 갈등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중재에 나서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항변했다.침수 피해가 발생한 익산시 화산지구는 금강 하류에 위치한 저지대로, 금강의 높은 홍수위로 인해 자연배수가 어려운 상습 침수 지역이다. 이에 금강 하류와 화산지구를 사이에 두고 화산배수장(1997년 준공)과 창리배수장(1980년 준공) 등 두 곳의 노후 배수장에서 홍수 시 빗물을 금강으로 퍼올리고 있다.화산지구에 지난달 짧은 시간 집중적으로 쏟아진 빗물이 인근 금강하류로 제때 빠져나가지 못해 피해가 가중되는 상황에서 배수장 펌프 10개 중 5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피해를 더욱 키웠다는 게 농민들의 주장이다. 여기에 설상가상 배수문까지 고장이 나자 성난 농민들은 긴급 보수를 요구하며 분노를 표출한 바 있다.한편, 국가 물관리는 국토교통부-환경부 이원화 체계로 유지돼 오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8년 정부조직법 개정을 거쳐 환경부로 일원화됐다. 하지만 지난달 오송지하차도 참사 등을 계기로 환경부의 물관리 역량에 의문이 제기되자 윤석열 대통령은 "물관리를 제대로 못 할 거면 국토부로 다시 넘기라"며 환경부를 질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