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농어촌공사 전남지역본부장 김재식
    ▲ 한국농어촌공사 전남지역본부장 김재식
    최근 강원도 강릉과 동해안 지역은 기록적인 가뭄으로 몇 해 전 우리지역에서 겪었던 극심한 가뭄이 떠올랐다. 광주 시민의 식수원인 동복댐이 바닥을 보이며 당시 물차가 동원되고 제한 급수가 이루어지며, 식수를 걱정해야 했었고 전남 진도 일대는 농업용수가 부족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이도 절박한 상황까진 이르진 않았지만 당시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강릉지역 처지와 비슷했다.

    우리 지역은 지표수 기반의 수자원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평소에는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2022년에 경험했듯 3개월 이상 비가 내리지 않으면 생활용수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기후변화로 강수 패턴이 점점 불규칙해지고 있는 만큼, 가뭄은 더 이상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현실이다.

    수자원의 새로운 대안, 지하수댐

    지하수댐은 하천 바닥 깊은 곳에 차수벽을 설치해 지하로 스며드는 물을 붙잡아 저장하는 시설이다. 쉽게 말해 눈에 보이지 않는 ‘땅속 저수지’인 셈이다. 이번 가뭄에도 물 걱정없는 속초는 2022년에 완공한 쌍천Ⅱ 지하수댐을 통해 수혜를 받으면서 같은 지역 강릉과 비교되는 모습을 보였다.

    또 한국농어촌공사가 1980년대 경북 상주 이안면 등 5곳에 설치한 농업용 지하수댐도 수십 년 동안 가뭄과 관계없이 꾸준히 활용되고 있다.

    지하수댐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위기의 순간에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것이다.

    지하수댐의 가장 큰 장점을 먼저 꼽는다면 평시에 지하수를 저장했다가 가뭄시 지표수 부족을 보완해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저수지나 하천에 의존하는 기존 수자원 관리 방식에서 지하수와 지표수를 연계하여 안정적인 용수공급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지하수댐은 증발을 통한 손실이 거의 없는 천혜의 수자원이다. 저수지는 햇볕이 강한 여름이면 물이 빠르게 증발한다. 반면 지하수댐은 땅속에 저장되므로 같은 양의 물을 훨씬 오래 아껴 쓸 수 있다.

    더군다나 땅 속의 공간을 활용해 가뭄과 홍수에 모두 대비할 수 있다. 비가 많이 올 때는 남는 물을 땅속에 저장해 홍수를 막을 수 있고, 비가 오지 않을 때는 그 물을 꺼내 쓸 수 있으며 경제적이고 환경친화적 이다. 대규모 댐처럼 막대한 건설비나 주민 이주문제가 필요 없다. 설치 후 유지관리 비용도 적게 들어 지역 사회의 부담이 적다. 한 번 설치하면 수십 년 동안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가뭄이라는 큰 위기를 깨우치는 찰라에 떠오르게 된 지하수댐은 단기 대책이 아닌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물 관리 수단이 될 것이다.

    한해 상습지역인 우리 지역에 지하수댐은 효용가치가 많은 시설이다.

    특히 우리지역은 지하수댐 설치가 가능한 좋은 입지를 많이 가지고 있고 한수해를 대비하더라도 꼭 필요하다.

    평소에는 문제가 없더라도, 극한 가뭄이 닥치면 언제든 위기를 겪을 수 있다. 지하수댐과 지표수를 함께 운영하면 평상시에는 지표수를 사용하고, 가뭄 시에는 지하수댐이 보충하는 구조로 활용한다면 생활용수와 농업용수, 산업용수까지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K-수자원’임에는 틀림없다.

    통합 물 관리 체계 구축해야

    이제는 눈에 보이는 물만 관리할 것이 아니라, 땅속의 물까지 함께 아우르는 통합 관리가 필요하다. 지하수댐은 그 핵심 대안이 될 수 있다. 정부(지자체)와 한국농어촌공사가 먼저 적합한 지역을 조사해 시범 사업을 추진하고 동시에 지표수와 지하수를 연계한 통합 물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주민들이 지하수댐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홍보와 교육도 중요하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시설이지만, 지하수댐은 위기 상황에서 가장 확실한 대책이 될 수 있다. 지금의 작은 준비가 앞으로 닥칠 큰 재난을 막는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 지하수댐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때가 지금임은 분명하다.
  • ▲ 한국농어촌공사 전남지역본부장 김재식
    ▲ 한국농어촌공사 전남지역본부장 김재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