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직된 외교 무대의 심리적 아이스 브레이커‘몽유도원도’를 넘어 '미래 비전 공유'의 장(場)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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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몽유도원도(New-MongyuDowondo)_2018_LED TV, Single-channel video, sound_9min 59~ⓒ이이남스튜디오 제공
세계 정상들의 대화는 '장소'에서 시작된다. 커뮤니케이션 및 환경 심리학 전문가들은 외교적 대화의 질을 결정하는 첫 단추로 물리적 환경과 분위기'를 꼽는다.예술은 경직된 의제를 시작하기 전, 외교적 긴장감을 완화하고 인간적인 교류의 첫 단추를 끼우는 '심리적 아이스 브레이커(Psychological Icebreaker)' 역할을 수행하며 성공적인 대화의 토대를 마련한다.APEC 2025 KOREA 정상회의에 참여하는 이이남 작가 역시 경직된 외교 무대에 '심리적 아이스 브레이커'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장소는 APEC 정상회담의 주 무대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 정상회의장, 그리고 경주 KTX 역사 웰컴존, APEC 경제전시장이다. 모두 대한민국에 대한 첫 인상과 문화적 저력을 가늠할 수 있는 곳이다.1.경주화백컨벤션센터 정상회의장 작품첫 번째는 협력의 미래를 상징하는 작품, ‘고전 회화-해피니스’를 스틸아트와 미디어아트를 결합해 선보인다. 병풍 형식을 빌려 펼쳐 보이는 동양의 고전 회화는 고요한 동양적 풍경을 바탕으로 회담을 앞둔 정상들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찰나의 명상으로 이끄는 매개가 된다.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가상의 디지털 산수화, LED 패널을 활용한 신라의 미(美)와 잔잔한 사운드로 전시 연출 또한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기술문명을 상징하는 디지털의 빛과 자연친화적인 동양적 사유의 공간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대화에 집중하게 하는 힘을 발휘할 것이다.이 '찰나의 명상' 공간은 APEC 정상들이 첨예한 경제 의제에 앞서 보편적 가치와 공통의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정신적 준비 과정을 제공한다.두 번째 작품에서는 ‘몽유도원도’가 펼쳐진다. 안평대군이 꿈속에서 본 '도원'의 풍경을 미디어아트로 재해석한 ‘몽유도원도’. 시대를 막론하고 국가의 지도자들이 찾고자 하고, 또 찾아내야 하는 것이 바로 ‘도원’, 즉 이상향일 것이다.정상들이 이번 APEC 회의에서 꿈꾸는 희망은 무엇인가? 그 복잡하고도 간명한 대답을 품은 정상들은 자신들의 눈 앞에 펼쳐진 ‘몽유도원도’를 보고 자신의 이상과 비전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될 것이다. 전통의 꿈을 현재의 감각으로 확장한 예술은 그렇게 첫 대화의 순간을 만들어낸다.이 작품은 이상향(도원)을 향한 인류 공통의 염원을 환기하며, APEC 정상들이 갈등을 넘어 공동의 번영을 위한 '미래 비전'을 공유하게 하는 촉매 역할을 할 것이다.대화의 첫 순간은 공감으로 이어진다. 겸재 정선의 ‘금강 내산’을 미디어아트로 옮긴 ‘금강 내산’이 그러하다. 서로 닿을 수 없는 산과 산을 디지털기술을 통해 연결하고, 하나의 산 위에 남과 북의 상징적 건물이 공존하는 모습은 ‘분단’을 넘어 공감으로 이어지는 예술의 힘을 상징한다.사계절이 순환하는 산수의 흐름은 결국 오고야 말 ‘화해의 시대’, 그리고 ‘화합의 미래’를 은유한다. 이이남 작가는 과거 남북정상회담에서 평화 메시지를 전달한 경험을 바탕으로, '분단'을 넘어 '공감'으로 이어지는 예술의 힘을 APEC 회의장에서 다시 한번 입증한다.김홍도의 묵죽도를 디지털기술로 되살린 ‘묵죽도’ 역시 보이지 않지만 강력한 문화적 협력을 상징하는 작품이다. 묵죽도에서 먹의 농담으로 표현한 절개와 생명력은 ‘보이지 않는 바람’을 품고 있었다. 이 보이지 않는 바람을 이이남 작가는 미디어아트로 되살려내며. 전통과 현대의 예술적 브리지(Bridge)를 완성한다.문화가 협력으로 진화하는 과정은 '묵죽도'의 보이지 않는 바람처럼,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는 청량한 바람일 것이다. 이처럼 ‘묵죽도’는 시대를 넘어 소통하고 협력하는 문화와 예술의 가능성을 보여준다.2. 경주 KTX 역사 웰컴존경주 KTX역에 설치된 ‘천년의 문 : 신라의 꿈을 지나’ 는 문화강국, K-컬처의 유구한 역사와 미래의 저력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첨성대·석굴암·금관·황룡사9층목탑 등 신라의 상징적 유산을 인공지능의 상상력과 디지털 빛의 흐름 속에서 되살렸다.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통해 사라졌던 황룡사의 9층목탑을 구현했는데, AI와 디지털아트가 새로운 세대가 다시 꿈꿀 수 있는 미래의 비전임을 확인할 수 있다.3. APEC 경제전시장경주 경제전시관에 설치된 ‘미래의 문’은 1000년 전 신라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현대적 감각과 첨단 기술로 재조명한 작품이다. 영상 속에서는 황룡사9층목탑의 화려한 빛, 첨성대의 정밀한 천문 구조, 석굴암의 황금 비율 등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어, 관람객은 마치 신라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이이남 작가는 “예술은 언어를 초월한 대화의 방식이다. 서로 다른 문화가 예술 속에서 만나고, 그 만남이 공감으로 확장될 때 진정한 협력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는 한국의 전통미와 기술이 만나, 세계가 예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과거 남북정상회담에서도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담아 성공적인 회담 분위기 조성에 기여했던 이이남 작가의 작품은 이번에도 언어와 이념을 넘어 화해의 첫 단추를 끼우는 '비언어적 소통'의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이번 APEC 정상회담 특별전시는 ‘예술’을 통해 대화를 시작하고, 공감에서 협력으로 나아가는 여정을 제시한다. 정상이 걷는 길은 곧 대화의 길이며, 그 길에서 우리는 공감과 협력이라는 빛나는 성취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이이남 작가는 최근 광양국제미디어트페스티벌 개막식 총감독을 맡은 바 있으며, 최근에는 중국 쑤저우문화박물관에서 열리는 ‘예술 입은 한복’ 전시와, 항저우 전시에 참여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미디어아티스트로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 ▲ 평화의 길목 -금강내산부분ⓒ이이남스튜디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