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광양항 연안에 나타난 대형 향고래가 먼바다로 떠나지 못하고 항구 주변을 맴돌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9일 해양수산부 여수해경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광양항 연안에 출현했던 향고래가 여새째 항구 주변 얕은 수심에 머물고 있다. 

    몸길이는 15m, 무게는 30t 이상의 수컷으로 추정된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구조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향고래를 목격한 박근호 해양환경인명구조단 여수구조대장은 "육지에서 불과 20m 정도 떨어진 곳까지 접근할 정도로 얕은 바다에서 주변을 계속 맴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박 대장은 "물이 빠졌을 때 뻘에 갇히면서 몸이 노출돼 상처가 많이 난 것으로 보이는 데 길을 못 찾고 헤매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향고래는 이빨고래 중 가장 큰 종으로 향유고래라고도 불린다. 머리가 몸길이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해 전 세계 동물 중 가장 큰 뇌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과도한 포획으로 인해 개체 수가 급격히 줄면서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향고래가 광양항에 처음 발견된 건 지난 4일 오전 9시 48분이다. 이후 해경은 유도 활동을 통해 고래가 먼바다 쪽으로 간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6시 30분쯤 다시 연안에 발견됐다. 그 뒤 항구 주변의 얕은 바다에서 유영하고 있다.

    남해와 동해는 고래류의 이동 경로이자 주요 서식지이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는 동해에 100마리 이상의 향고래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동안 향고래의 사체로 해안가에 떠밀려 온 적은 있었다. 그러나 살아있는 개체가 얕은 수심의 연안까지 온 건 이례적인 현상이다. 

    향고래가 맴돌고 있는 곳은 어장이 밀집해 있고 수십미터 떨어진 곳에서는 공사가 진행되는 등 위험 요인이 많다. 

    또 향고래가 워낙 크고 무겁다 보니 치료나 구조 활동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